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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Kim - 시 분석] 김승해 시인의 「푸른색은 안쪽에서 빛난다」 분석문

ClarkKim 2024. 6. 15. 21:03

푸른색은 안쪽에서 빛난다

​김승해

​푸른빛에 출렁출렁 발목 적시며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참나무 숲

사람들 해찰치며 두들겨 댄

나무마다

돌돌만 잎을 두른

도토리거위벌레 알들의 잠이 깊다

푸른빛 떠메고 오르는

한낮의 깊은 잠에

덜 익어 떨어 진 도토리 한 알도

함부로 들어올릴 수 없는 무게

등줄기 시퍼렇게 솟구쳐 오르는

알들의 환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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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에 출렁출렁 발목 적시며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참나무 숲

화자는 푸른빛이 날 법한 나뭇잎을 헤치면서 참나무숲을 걷는다.

사람들 해찰치며 두들겨 댄

나무마다

돌돌만 잎을 두른

도토리거위벌레 알들의 잠이 깊다

일반적으로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산란을 한다. 화자는 도토리거위벌레가 사람들을 피해서 나뭇가지에 있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잎을 이불 삼아 숙면을 취하는 도토리거위벌레 알을 본다.

푸른빛 떠메고 오르는

한낮의 깊은 잠에

덜 익어 떨어 진 도토리 한 알도

함부로 들어올릴 수 없는 무게

화자는 혹여 깊게 잠들어 있는 도토리 속의 알이 깨질까봐, 도토리를 줍지 못한다는 것을 '함부로 들어올릴 수 없는 무게'라고 표현한다.

등줄기 시퍼렇게 솟구쳐 오르는

알들의 환한 잠

등줄기로 땀이 역류하는 것처럼 느끼면서, 알의 숙면을 환하고 푸른빛이 난다고 비유한다.

이 시는 도토리거위벌레를 위하는 화자의 속깊은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도토리는 속담에서처럼 좋은 표현보다는 비교적 좋지 않은 표현으로 쓰인다. '도토리 키 재기'나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처럼 말이다. 이처럼 도토리 속에 알을 낳는 도토리거위벌레나 도토리거위벌레의 알이라고 하면 인간에 비해 보잘것 없는 생물인데, 그런 생물을 바라보는 화자는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푸른빛이 난다고 말하거나, 덜 익어 떨어진 도토리마저도 함부로 들어올릴 수 없는 무게라고 표현하며 미물인 도토리거위벌레와 알에 대해 소중하게 대한다. 결국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자연을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