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1일 1작_ 아무거나 쓰기/수필 (7)
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밤 공기를 들이마셨다. 바람도 내게 달려오고, 나도 바람에게 달려가며 우리는 서로에게 시원한 존재가 되었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내가 바람에게 했듯, 너도 내게 달려와줄 수 있느냐고, 나무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달에게 물었다. 굳이 시원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조금 더워도 괜찮아. 너만 내 곁에 온다면 아무렴 어때. 달은 곧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Sad eyes를 들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고 싶다. 요즘 브루스의 모든 노래에 꽂혔다. 예전에도 브루스를 좋아했는데 작심하고 모든 곡을 다 찾아들으면서 한 번 더 브루스의 노래에 빠졌다. 출퇴근길에 브루스의 노래만 듣고, 여행 갈 때도 씻을 때도 자기 전에도, 그리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을 때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떄론 춤을 춘다. 사랑하는 사람과 콘서트에 함께 가서 같이 노래를 열창할 수 있다면!
찰리 푸스와 위즈칼리파가 부른 이라는 곡이 있다. 영화배우 폴 워커 추모곡으로 쓰인 이 곡은 찰리 푸스가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하고 랩 부분만 위즈칼리파가 작사했다. 나는 이 노래의 첫 대목을 좋아한다. It's been a long day without you, my friend. And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친구야, 네가 없으니 하루가 길어. 너를 만나게 된다면 모두 얘기해줄 거야.) 단지 첫 대목만 읽었을 뿐인데 깊은 상실이 느껴진다. 상실…… 그것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지독히 오래도록 남겨진 자를 괴롭힌다. 마치 환상통 같아서 분명 곁에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친구가 생기면 가까워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온 힘을..
평소 축구를 즐겨보고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극장골을 좋아한다. 그걸 축구에서는 라스트 미닛 골이라고 칭한다. 점수차가 2점차 이상에서 1점차로 좁히는 골은 만회골이라 하지만, 1점 내지 동점일 때 후반 45분 추가시간에 골이 터져 승부를 가르는 골은 언제 봐도 가슴이 뛰고 짜릿한 맛을 느껴 다시금 축구를 찾게 된다. 라스트 미닛 골 중 가장 좋아하는 경기가 있다. 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후반 45분 추가시간에 페르난도 토레스가 수비수의 롱패스를 받고 하프라인부터 바르셀로나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골키퍼 발데스를 제치고 골을 터뜨려 승부를 가른 경기이다. 혹 누군가는 원정다득점으로 토레스의 결승골이 아니더라도 결승 진출이라 하지만, 나에게 있어 토레스의 결승골은 의미가 크다. 그는 당시 ..
김재희 리포터(이하 '리') : 안녕하세요. 의 김재희 리포터입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추운 날씨입니다. 그럼에도 며칠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ClarkKim 님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ClarkKim(이하 'C') : 안녕하세요. 소설가 ClarkKim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 : 저는 평소에 C님의 작품을 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울리는지 궁금했어요. 글을 쓸 때 어떻게 쓰는 편인가요? C : 음, 저는 자료 수집도 자료 수집이지만 제가 작품 안에 직접 들어가서 쓴다는 마음으로 씁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만약 사람과 사람이 이별한다는 상황이라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체화합니다. 이야기를 꾸며낸 게..
회사 동료가 곧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인데 곧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아쉽다. 한 달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같은 부서이지만 하는 일은 조금 달랐는데, 그래도 나는 친해지고 싶었다, 그 사람과. 편하게 E라고 칭하겠다. E는 누구에게나 예쁨을 받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E를 아는 사람은 E를 좋아하고 또 잘해주려고 하는 게 한눈에 보일 정도로.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친해지지 못했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인사는 자주 나눴으나 막상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보니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내가 E와 친해지고 싶었던 것중 가..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누군가는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단발머리를 좋아한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긴 생머리에 끝부분만 펌을 준 여자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남자만큼 짧게 머릴 자른, 귀걸이를 낀 여자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포마드로 머릴 올린 남자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다운펌을 한 남자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어딘가에 앉아서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운동을 즐긴다. 누군가는, 누군가는, 누군가는 다 다르다. 비슷할지라도 똑같은 건 없다. 같은 취미로, 일정량의 호감을 가지고 만나도 각자 조금씩 나누어져 각자의 길을 간다. 그런 갈라짐은 동네에 하나씩 있는 골목 같아서 나는 종종 그런 골목의 한편에 서 있기를 즐긴다. 누군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