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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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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그레이를 사랑하는 여자, 아나스타샤 스틸. 아나스타샤 스틸을 사랑할 수 없는 남자, 크리스천 그레이. 아나는 크리스천을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의 관점으로 보지만 크리스천은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라는 주종관계를 바탕으로 대하기 때문에 둘은 이어질 수 없는 스토리이다. 나는 아나의 마음도 크리스천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사랑하기 때문에 스킨쉽을 하려는 건데 크리스천 입장에서는 서브가 돔에게 손을 대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2권 마지막 장면이 서브인 아나가 돔 입장의 크리스천에게 '나는 당신에게 더이상 기쁨을 줄 수 없겠네요.'하며 그를 떠난다.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크리스천은 엄마의 친구에게 가학적 성 고문을 당했고―물론 크리스천은 단지 고문만 당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
익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최신영화 한 편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영화 감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토이스토리4, 기생충, 알라딘, 기방도령.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과거에 본 적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닥 당기지 않았다. 기생충은 처음엔 재미있지만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평에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알라딘과 기방도령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던 것 같다. 둘 다 제작의도를 보지 않고 장르와 제목만 보고 결정을 한 건 기방도령이었다. 코미디. 배꼽 잡고 웃고 싶었다. 요즘 순수한 웃음에 목말라있었기에 나는 한참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기방도령을 보기로. 시커먼 배경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한복을 입은 소녀가 웬 영감님을 부르는 것으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소녀가 영감을 찾는다. 영감은 허..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이 책의 부제이다.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볼지 고르던 중 눈에 띄어 집었다. 인연은 십년 주기로 조금씩 바뀐다는데, 이삼 년전부터 지금까지 그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나한테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서 대출을 했다. 저자의 글이 내 가슴에 파고든 것들이 몇 개 있어서 적어볼까 한다. 우선 저자는 영화와 음악 등을 가지고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글로 풀어나갔다. 또한 친절한 주환씨의 '나라면' 토크라는 항목을 만들어놓고, 익명의 사람이 저자에게 보낸 사연들을 추려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답장을 적었다. 저자는 어떤 시를 인용해 적었다. 화살과 노래 나는 공중에 화살 하나를 쏘았네 그것은..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아마 우연히 내 블로그에 들러 이 감상문을 읽을 손님부터 블로그 볼 시간 없이 일을 하는 분들까지. 볼일을 마치고 잠깐의 틈을 내어 들른 카페에서 이 책은 나에게 왔다. 나는 내게 오는 모든 것을 손을 들어 막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그게 나를 기쁘게 할 수도, 슬프고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쨌든 나는 『당신의 주말을 힐링하라』라는 책장을 펼쳤다. 처음 읽을 땐 턱을 괸 채 편안한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겼다. 하지만 장 넘김이 계속 될수록 나는 아예 고개를 파묻었다. 왜냐하면 지금 나에게 굉장히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책엔 설명문과 소주제 마지막에 체크리스트가 있다. 힐링을 잘 하고 있는지,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ClarkKim - 소설 분석] 김미월 소설가「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분석문 -『2008년 올해의 중요소설』에 수록된 작품 1. 소설 정보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 작중 주요 배경 : 테헤란로, 시인의 오피스텔 ⓒ 주제 :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2. 줄거리 학창시절 진호는 시 쓰는 것으로 곧잘 백일장 등에서 상을 타 온다. 특기를 살려 문예창작학과를 전공 및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한다. 선, 후배나 동기들이 몸값을 올려 이직하거나 사직서를 낼 때, 진호는 스스로 재능도 없고 장점도 없다며 자책하면서도 견뎌낸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직속상사인 팀장이 베스트셀러 작가 에이치 시인과의 계약을 하러 가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업무 능력이 탁월한 팀장이 보잘 것 없는 ..
땅끝마을 송종찬 땅끝마을에 이르면 정말 끝이 보일까. 비좁은 세상 속에서 수없이 끝을 외쳤네. 외딴 집들이 이따금 빨간 신호등을 켜는 밤 검은 필름을 돌리듯 차를 몰았네. 보성 강진 소읍의 이름들이 점―점 나타났다 사라지고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에서도 빠르게 지나쳐온 삶의 골목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파도가 자막처럼 흔들리고 있었네. 팽나무 우거진 사자봉에서 바라본 바다, 산은 섬으로 밤은 낮으로 이어지며 땅 끝은 時空(시공)의 끝이 아니라 내가 달려온 速度(속도)의 끝이라고 파도는 나지막이 속삭여주었네. 나는 무엇을 위해 밤새 달려왔던가. 나는 너무 쉽게 시작을 생각하고 지나쳐온 산과 들이 그리워졌네. 1연에서는 화자가 어떤 심정으로 땅끝마을에 가려고 한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
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연애를 한다. 설령 연애를 못해봤다 하더라도 짝사랑을 하며 남 몰래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속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이 시의 화자도 여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