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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이렇게 티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뭘 할 수가 없는 바쁨. 그러나 바쁘게 산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땀을 흘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노력이 언젠가는 가능성으로 빛을 발산하기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세 시의 어느 날, 봄, 5월 초. 나는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지 않지만, 왠지 그림과 같은 풍경에 서 있고만 싶은 어느 날, 봄, 5월 초.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피아노로 연주한 River flows in you 라는 곡을 듣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날아가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생각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태평양을 건너와 황해를 건너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으로 뻗어가겠지.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 있지만, 나를 스쳐간 바람은 막힘없이 세계로 뻗어가겠지. 그런 자유로움이 좋다. 자유로움이 좋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유무의 문제다. 가끔은 자유가 없을 때를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서 자유를 빼앗아갔을 때를 생각한다..
내가 본 모든 것_2020년 3월 - 드라마 7화- 드라마 1~16(최종)화- 예능 3화- 영화 - 영화 - 영화 - 영화 - 영화 - 영화 - 영화 - (장편)소설 - 도서
퍼시픽은 2차세계대전, 미 해병대가 과달카날, 페레리우, 오키나와 등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했던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실화 바탕의 드라마이다. 나는 주인공으로 나왔던 인물 중 유진 슬레지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퍼시픽 10화 중 9화가 인상적이었다. 숱한 전투를 겪으면서 주인공 유진 슬레지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나타나는 게 보이면서, 마음이 아팠다. 9화 중반에 상관의 사격 중지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보조무기(권총)를 이용해 적을 사살하거나 "일본군이 항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 총으로 쏴 죽여버리게."라고 말하는 등 잔뜩 독이 오른 사람이 되면서도, 어린 일본군이 항복 의사를 표하지만 동료 군인이 사살하는 것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부서진 집 안에서 총으로 자기를 쏴 달라는..
가슴에 작은 구멍이 난 것 같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고, 나는 그걸 메울 힘조차 나지 않는다. 요 며칠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메모를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이디어를 꺼내어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진정 내 마음이 나를 이끌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타자를 쳐서라도 나는 작품을 써야 됨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니다.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다. 이제는 두려움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새벽, 2시, 모두가 잠에 들 무렵, 나는 뉴에이지랑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다. 지금 듣는 노래는 츠네키치 스즈키의 이라는 곡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1의 오프닝곡. 처음 듣자마자 반한 곡이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사진은 네이버블로거 센스마미(anmjy64) 님의 작품.) 어제 친한 형 J를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준'이라는 건 참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남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단 그 기준은 나와 내 가족을 제외하면 안 된다는 것. 모두가 하나의 기준에 맞춰야 된다는 것. 물론 기준을 하나씩 세운다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는 하나의 기준을 세워놓고 그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겠다는 게 아니다. 줏대 없이 휘둘리기 싫어서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공부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형은 '기준을 세워가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게 잘못하면 꼰대가 되는 것이다. 내 잣대가 옳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그르다고 판단해버릴 테니.' ..
와, 진짜, 14회 진짜 와……. 영재는 매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떠나거나 죽는 게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떠나버리게 되는 기구한 삶인 것이고. 준영은 그런 영재에게 두 번이나 차이고 상처 받는 게 눈물나게 아프고 슬프다. 제3의 매력의 주제는 매번 볼 때마다 '오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 영재의 오빠인 수재가 14회에서 얘기한 것처럼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 것처럼. 그런데 갓 스무 살의 준영이 그러한 사정을 영재에게 듣는다고 할 지라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그냥 가슴이 너무 아파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조차 안 든다. 다른 사람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평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히 평가할 수..
기억이라는 건 무서워서 그 기억의 주인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드라마 13화, 배우 서강준(온준영 역)의 대사. 기억이라는 건 왠지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 초원 속에 있었을 때, 나는 그 풍경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지금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초원의 풍경이다. 풀 냄새, 약간 한기를 머금은 바람, 산의 능선,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p15, 주인공 와타나베의 회상. 2020. 03. 18이것은 내가 모아두고 싶은 것들이라서 새로이 알게 되고, 전에 봤던 것중에 기억이 나면 계속해서 수정할 것이다. 한때 내 학과 동기였고 문우였던 친구가 하던 작업이었는데 당시엔 왜 하는지 몰랐지만 살면서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