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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펜, 글을 적는 기타
[ClarkKim - 소설 분석] 김미월 소설가「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분석문 -『2008년 올해의 중요소설』에 수록된 작품 1. 소설 정보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 작중 주요 배경 : 테헤란로, 시인의 오피스텔 ⓒ 주제 :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2. 줄거리 학창시절 진호는 시 쓰는 것으로 곧잘 백일장 등에서 상을 타 온다. 특기를 살려 문예창작학과를 전공 및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한다. 선, 후배나 동기들이 몸값을 올려 이직하거나 사직서를 낼 때, 진호는 스스로 재능도 없고 장점도 없다며 자책하면서도 견뎌낸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직속상사인 팀장이 베스트셀러 작가 에이치 시인과의 계약을 하러 가는 자리에 자신을 데려가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업무 능력이 탁월한 팀장이 보잘 것 없는 ..
반쯤 취한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몇 주 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딱히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술을 함께 마실 모임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술이 당기더라. 그래서 먹었다. 나는 원래 잔에 따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병째 마신다. 그게 좋다. 혼자 잔에 따라놓고 마시면 뭔가 처량해보인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잔에 따라 마시는 문화가 딱히 좋진 않다. 여하튼, 나는 지금 술을 마시고 이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면서도 술을 마시고 있다. 언젠가 친한 형이 자신의 지인이 독립출판을 했다는 소식을 들려왔다. 한창 작품을 쓰고 있을 때 나도 독립출판을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내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독립출판을 하기를 망설였다. 낮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정말..
나는 건물을 볼 때 아름다움과 예술성 등을 먼저 본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볼 수 있는 인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은 그 이후에 내가 가지는 감정에의 사고인데, 건물을 보면 이 건물을 지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건물에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고 전기 선을 연결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지붕을 만들고 방과 복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쓸고 닦았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공사현장에 나가 여러 번 일해본 적도 있다. 일할 때 창문 근처에 있으면 담배를 태우며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헐벗은 야산을 마주할 때도 많았다. 아마 그렇게 밖을 쳐다보던 행동은 행여..
너에게 보내지 못할 N번째 편지 네가 보인다 기타를 치는 너의 손이 가냘프다 너의 손가락이 기타 줄을 퉁길 때마다 틱틱거리며 쇳소리 나는 나의 줄과 달리, 청아하다 마치 잎사귀가 머금은 이슬을 바닥에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처럼 한 손으로 꾹꾹 누르며 연주하는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나는 말한다 새하얗게 다린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너를 내 사람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사랑보다 더 위대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른 말 필요 없이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김광석은 노래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다시 너를 생각할 때 송곳으로 풍선을 찌를 때처럼 펑펑 가슴속의 응어리가 터진다 그렇게 감정은 여러 번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가수와 시인은..
1001101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내가 나 혼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100편의 시를 읽고 1편의 시를, 10편의 소설을 읽고 1편의 소설을 창작하기. 나만의 작품을 여러 편 만들고 공모전에 투고하기 위해 자긍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지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다시 글을 쓰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001101 프로젝트. 100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시 한 권도 100편의 시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나는 ..
땅끝마을 송종찬 땅끝마을에 이르면 정말 끝이 보일까. 비좁은 세상 속에서 수없이 끝을 외쳤네. 외딴 집들이 이따금 빨간 신호등을 켜는 밤 검은 필름을 돌리듯 차를 몰았네. 보성 강진 소읍의 이름들이 점―점 나타났다 사라지고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에서도 빠르게 지나쳐온 삶의 골목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파도가 자막처럼 흔들리고 있었네. 팽나무 우거진 사자봉에서 바라본 바다, 산은 섬으로 밤은 낮으로 이어지며 땅 끝은 時空(시공)의 끝이 아니라 내가 달려온 速度(속도)의 끝이라고 파도는 나지막이 속삭여주었네. 나는 무엇을 위해 밤새 달려왔던가. 나는 너무 쉽게 시작을 생각하고 지나쳐온 산과 들이 그리워졌네. 1연에서는 화자가 어떤 심정으로 땅끝마을에 가려고 한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생의 필름이 끝나는 곳..
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연애를 한다. 설령 연애를 못해봤다 하더라도 짝사랑을 하며 남 몰래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속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한 마디로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이 시의 화자도 여느 ..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싫든 좋든 계속 해야만 하는 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겐 그런 건 독과 같은 것. 티스토리뿐만 아니라, 한동안 글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 때문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 남들에겐 발전의 시간이 내겐 의미없는 숫자들의 연속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글은 내 인생이었다. 글을 쓰지 않는 이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있던 일이라 작별하는 게 낯설었다. 마음은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데, 몸은 자꾸 밀어낸다.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왔다. 여지껏 단 한 번도 나는 글을 빼놓고 내 인생을 논한 적이 없다. 길을 걷을 때, 커피를 마실 때, 밥을 먹을 때, 잠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심지어 잠을..